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 게임에서 시나리오 기획이란?

안녕하세요. 나위입니다.

 

이번에는 게임 시나리오 ─ 설정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어요.

 

 

우선... 게임에서 시나리오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아니, 그 이전에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꼭 필요한 것일까요?

 

FPS의 아버님 존 카멕의 한마디.

울펜슈타인 3D(Wolfenstein 3D), 둠(Doom), 퀘이크(Quake)를 개발, 성공시키며 FPS 게임의 아버님이 되어버린 유명 개발자 '존 카멕 (John Carmack)'은 그런 말을 했었죠.

 

 

"게임에서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유명한 말이죠? 아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카멕의 저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저의 기획자로서 경력의 시작이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이었으며, 그 덕분에 컨텐츠 & 설정 기획자로 일을 한 게 오래였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명작게임 테트리스

또 다른 명작 게임. 스타크래프트

여기 두 게임이 있어요. 둘 다 너무나도 유명한 명작 게임입니다. 테트리스와 스타크래프트예요.

이 두 게임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만약 테트리스에 스토리가 있다면, 테트리스는 더 재미있어지는 걸까요?
만약 스타크래프트에 스토리가 없다면, 스타크래프트가 가진 재미는 사라지는 걸까요?

정답은 '아니요.' 일 겁니다.

테트리스에 스토리가 있어도 되죠. 하지만 테트리스의 재미는 조각을 빈틈없이 채워 점수를 얻는 그 게임성에 있는 것이지, 스토리가 있다고 해서 그 재미가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입니다만, 만약 스토리가 없다 하더라도 그 '한없이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져 버린' 밸런스가 만들어내는 조화와 흐름은 쉽게 사라지는 재미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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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치가 빠른 당신은 이미 아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섞어 말하며 애매하게 말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헤헤

 

스토리와 시나리오는 서로 구분되어야 해요. 의미도 다르거든요.

스토리란 "일정한 줄거리를 담고 있는 말이나 글."을 의미하죠. 즉, 이야기입니다.

시나리오는 "어떤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상적인 결과나 그 구체적인 과정."입니다.
즉, 흐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스토리는 사실 없어도 됩니다.

게임이 주려는 목적이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으로 경험하는 재미'라 한다면, 흥미로운 선택지와 놀라운 경험만 제공하면 충분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필요합니다.

게임에서 제공되는 흥미로운 선택지에 대한 이유와, 선택지를 선택하는 방법과, 그 결과에 대한 필연성이 이어지도록 하여 놀라운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볼게요.

 

웨어울프를 처치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나는 어두운 숲 속으로 향했다.
놈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피 맛을 알게 된 녀석이다. 정면 승부를 할 필요는 없겠지.
운 좋게 녀석의 은신처에 숨어든 나는 놈의 뒤를 노려 마스터에게 전수받은 마법으로 한 순간 몸을 굳게 만든 뒤, 명검 엑스칼리버를 휘둘러 놈의 머리를 단숨에 베었다. 이제 녀석은 사람들을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를 짧게 지어봤습니다. 이것저것 설정을 엮어봤어요.

이야기는 저렇게 단순하게 적힐지언정, 게임에서는 저 내용들을 글자로만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계를 직접 보여줄 것이고, 주인공이 검술을 익히고, 마법을 배우는 과정을 직접 수행하게 할 것이고, 의뢰를 받고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가 웨어울프의 은신처로 직접 숨어들게 할 것이고, 타이밍에 맞춰 직접 마법을 쓰고, 직접 검을 휘두르게 하여 괴물을 처치하게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게임이고, 그걸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게임의 시나리오입니다.

"왜 웨어울프란게 존재하는지,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지, 왜 칼과 마법을 사용하는지, 마법은 어떻게 배웠고 검술은 어떻게 익혔는지, 엑스칼리버는 왜 명검이고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이 모든 게 가능한 세계는 어떤 세계인 건지."가 게임 시나리오에서는 모두 설명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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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돌아왔네요.

결국 이 한마디를 위해 많은 말들을 적어 내려갔나 싶습니다.

 

 

게임 시나리오란,

우리가 보여줄 재미에 더욱 몰입하게끔 다양한 설정과 흐름을 담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시나리오는 필요합니다.

 

+ 장르에 따라서는 스토리가 필수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가진,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나름의 개똥철학이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마이너리티 아레나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하는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