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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알아두면 좋을 이야기

게임 기획자는 말을 잘 해야 합니다.

by NAWE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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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위입니다.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 그 두 번째. 기획자의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제목을 '게임 기획자는 말을 잘 해야 합니다.'라고 했는데...

이 말도, 지난 포스팅의 제목인 '게임 기획자는 꼼꼼해야 합니다.'와 마찬가지로, 굳이 게임 기획자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 건 간에 말을 잘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말을 잘 하는 것'은, 화려한 수식어와 미사여구를 총동원한 뻐꾸기의 날갯짓을 입을 통해 빗어내는 것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쪽의 의미가 더 강한 말이에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는 것이죠.

내 말 한마디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곤해 지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지난 포스트처럼 이번에도 예시를 한번 들어볼께요. 우리가 어떤 기획을 했다는 가정입니다.

어떤 기획자가 우편함에 대한 기획을 하였습니다.
우편함에는 받은 우편의 리스트가 있고, 각 우편에는 보관 기간이 설정될 수 있어요.
우편 리스트에서 확인되지 않은 우편을 누르면 해당 우편의 내용이 팝업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기획을 했어요.

그렇게 기획 내용이 공유되고, 작업자들이 기획문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현 작업을 진행하는 중 질문을 받게 됩니다.
'우편 내용이 보이는 상태에서 보관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나요?'
기획자는 그 질문에 '무슨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습니다.
'보관 기간이 끝났다고 말해준 뒤 삭제시키면 됩니다.' 라고 말이죠.

기획자의 그 말 한마디로 인해, 개발자들은 팝업에서 실시간으로 보관 시간을 체크하는 구조를 새로 짜야했고, 이미 완성된 우편 내용 팝업에는 보관 기간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재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일정이 1주일이나 늦어지게 되어버렸죠. 늦어버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팝업에서 '확인'버튼을 눌렀을 때 보관 기간이 지났는지 여부를 체크만 하면 될 문제였습니다.
간단하게 끝낼 수도 있을 문제였다는 것이죠.

극단적인 예시로 보이나요? 슬프지만 아닙니다.

 

저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알프스 산맥의 나폴레옹이 되버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작업자들을 모두 이끌고 정상에 오른 뒤 '이 산이 아닌가보네요.' 라고 말하는 자신을 상상해 봅시다. 하물며 자신은 나폴레옹 같은 지휘관도 아닌, 그냥 기획자일 뿐이에요.

한 두명만 고생하면 다행이죠. 팀 규모가 클수록 뻘짓의 댓가는 가혹한 법입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잘 모르면 잘 모른다고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민을 해야죠.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깊이 고민해 보고, 여러 상황을 상정해서 다른 문제가 발생될 여지가 없는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문제는 발생될 수 있습니다만... 그 빈도는 고민의 깊이만큼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문제가 아예 안생기면 좋겠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죠. 누구나 그렇겠지만요. 헤헤.

생각지도 못한 일은 드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요.

아주 가끔씩은 생각지도 못한 버그가 게임의 주요한 재미 요소가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지만, 그런 것을 일부러 노리는 미친 짓을 했다가는 여러 관리자 분들의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수많은 문제들과 직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드냐에 따라 정답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그 것에 대한 고민은 주로 게임기획자의 몫이랍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많이 생각하고, 다른 개발자 분들과 많이 소통하며, 다른 게임을 많이 해보며 공부하는 것 밖에 없네요.

정론입니다만, 그것 뿐이기도 합니다.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으면 많은 게임을 해 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다른 기획자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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