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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 및 드라마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리뷰. 쿠키 없음.

by NAWE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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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위입니다.

오랜만에 남기는 영화 리뷰입니다. 거의 1년 가까이 되었네요.

마지막 포스팅이 작년 9월 3일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니, 정확하게는 301일째만이군요.

 

그 동안 영화를 안본 건 아닙니다. 이전처럼 비슷하게 영화관에서 보기도 하고, 집에서 보기도 하고 하면서 많이 보았어요.

하지만 리뷰를 따로 남기진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는 걸 의무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후에 그냥 리뷰글을 남길 생각 없이 영화를 즐겨보자고 했는데, 그게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네요.

 

사실은 그동안 블로그에 소홀했습니다. 그게 진짜 이유겠죠.

그런데 어제 본 이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제가 블로그에 왜 영화 리뷰를 남기기로 했는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리뷰였다는 사실을요.

 

그렇습니다.

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감독상을 수상한 이 영화.

과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총평하자면 재미있고 위태롭고 아름답고 끔찍하며 비극적이기에 애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멜로/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138분 | 2022. 06. 29 개봉 | 15세 관람가

포스터

2차 예고편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이 영화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기 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 감정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드러나지 않기에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음악, 장면, 배우의 연기, 구도, 소품, 연출 등.

'영화'이기에 표현될 수 있는 문법으로 사방팔방 던집니다. 불친절합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던져지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 몇가지는 짧은 식견을 가진 저조차 잡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이 영화를 두 번, 세 번째 보면 더 많이 잡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 듭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라고도 생각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듭니다.

 

두 주인공!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저만의 생각이겠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떠올랐습니다.

영화가 하는 이야기 때문인지, 유난히도 착 내리깔린 두 배우의 목소리 때문일지, 아니면 많은 이야기를 내포한 시선의 무게 때문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전부일 것도 같습니다.

 

패턴과 패턴

사람이란 정형화된 것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정형화된 모양 등의 어떤 것에서 안정을 느끼곤 합니다.

저도 그런 편입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나, 제가 생각하는 흐름이나 규칙 속에서 일이 진행되어질 때 크든 작든 쾌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특히 '감정'은 결코 정형화될 수 없는 것일 터.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의심'이 '관심'이 되어 버리고, '감시'는 '보호'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듯 이야기는 정형화된 패턴과 인식이 비슷한 것으로 대체되며 마구 흐트러지듯 흘러갑니다.

휴대폰의 잠금 패턴부터, 주인공의 강박을 드러내는 수많은 장면, 더불어 벽지나 타일, 의상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시각적 표현은 혼란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내면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같기도 합니다.

 

다양한 모습

제목에서 느껴지는 새드엔딩의 분위기는 차치하고서라도, 결말로 이어지는 흐름은 흥미롭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야 어쨌건 사건이 마구 터지면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이 사건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다양한 각도로 비치는 거울처럼, 사방에 카메라가 설치된 취조실에서처럼.

영화는 두 주인공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내면까지 담아내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굳이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불친절하지만 마음은 따스한 욕쟁이 할머니같은 영화입니다.

 

특히나 기억에 오래 남는 건, 화면과 화면 사이의 연결과 연출이었습니다.

깜박이는 현관 입구의 불빛, 휴대폰의 액정, 상대방의 메시지가 작성 중임을 알리는 기호.

망원경으로 감시하며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인상을 남기는 모습이나,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장면, 더우기 매 화면마다 느껴지는, 뭔가 '훔쳐보는'느낌의 구도와 연출.

 

'의심'과 '관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처럼, 우리의 시선도 둘을 닮아가는 느낌입니다.

서로 이뤄질 수 없는, 그러면서 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사랑 이야기를 저는 돈을 내고 영화관에서 훔쳐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5.0점으로, '예술이야!'입니다.

영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위에 말했듯이...

재미있고 위태롭고 아름답고 끔찍하며 비극적이기에 애달픈 사랑 이야기.

 

라고 말해볼게요.

영화라는 매체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담긴 작품.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이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헤어질 결심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힘들 것 같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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