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위입니다.
이번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로는 양산 게임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보려고 해요!
... 알아두면 좋다기보다,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이야기'가 더욱 맞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헤헤.
언젠가부터 우리는 '양산 게임'. 혹은 '양산형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잘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뭐, 보통 이런 거겠죠.
세계관은 주로 '태초에 위대한 정신이 있었다.' 같은 걸로 시작해서 세계가 만들어지고, 악신(혹은 마신 등)이 깨어나는 환경이 조성되는 중세 판타지스런 이야기에...
종족은 3B(Beauty, Babe, Beast) + 인간 하나 추가해서 '인간족, 엘프족, 수인족, 야만족' 같은 식으로 구성되며...
게임을 켠 이후에 화면을 거의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진행되는 자동 진행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고...
게임 화면을 10초 이상 바라보면 광과민성 발작이 일어날것 같은 번쩍거리는 이펙트에...
탈 것, 날개, 펫, 망토, VIP, 인연, 결혼 등 오만가지 잡다한 컬렉션에 과금 유도 요소로만 떡칠된 Pay to Win 게임.
어떤가요?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하려나요?
나무 위키에서 '양산형 게임'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을 적당히 섞어서 만든 탓에 개성이 없음
- 시도 때도 없는 광고
- 성공한 작품 하나를 사골처럼 우려내면서 후속작이 계속 튀어나옴
- 조잡하고 유치한 그래픽에 어설프게 만든 번역.
제가 생각한 것과 대충 비슷한 것 같네요.
아래에는 더욱 자세히 양산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름과 장르만 다르지 천편일률인 인터페이스와 플레이 방식, 미칠 듯한 과금유도와 과금구조,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은 확률의 가챠, 재미도 없고 뻔한 게 반복되는 게임성, 인게임 플레이 장면은 안 나오는 유명 연예인 광고 등의 요소를 만족한다.
게임 하나가 성공하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두려운 후발주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디자인만 살짝 바꾼 게임을 찍어내는 것이 주된 원인.
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매출 한 번 크게 당긴 후 접겠다는 심보로 운영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직업 개성도 없고 별다른 차이 없는 배경 설정, 역사 설정, 진영 설정도 없는 전부 비슷하게 대충 잘 생긴 서양 미남 같은 남캐 혹은 성형 미인 같은 여캐로 떡칠된 인게임 캐릭터, 쓸데없이 화려하고 요란한 스킬 이펙트, 역시 비슷하게 쓸데없이 화려하고 요란하고 (여캐일 경우) 선정적인 의상 디자인과 대충 막 지어낸 영어 지명과 인명, 수백억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었다는 광고 카피 등이 이 게임들의 특징이다.
와우...
그야말로 통찰있는 분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이런 게임이 뭐가 있을까요?
뭐, 쉽게 떠올릴 수 있겠죠. 당장 구글플레이에 들어가 보기만 해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아래는 제가 찾아낸 '양산형'이라 불릴 법한 6개 게임의 플레이 화면입니다.
모두 다 서로 다른 게임이에요.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게임 화면만 봐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일단 UI 배치 자체가 모두 동일하죠.
좌상단에 캐릭터 정보가, 그 아래로 퀘스트 / 파티 탭 정보. 중앙 하단에는 채팅창이, 우측 하단에는 조작 패널. 그리고 상단에는 각종 메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보기에는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조작이 필요해 보이는 UI지만, 실상 저 조작 패널의 버튼들을 누를 일은 거진 없습니다. ALL 자동 전투니까요.
진행 방식? 똑같습니다. 퀘스트 수령 → 사냥 → 보고 → 레벨업 순서로 게임이 이어지죠.
레벨업이 막히면 일일 던전, 보스 던전, 경험치 던전, 장비 던전, 무한의 탑 등의 콘텐츠를 돌리게 합니다.
그러다 전투력이 약하면? 장비를 성장시키고 강화시키고 합성 / 승급을 합니다. 그도 모자라면 펫, 탈 것, 날개 등 컬렉션 요소를 모으거나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능력치를 높이게 되죠. 주로 그 과정에서 '과금 유도'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두 동일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위에 언급되었듯이 '천편일률적인 인터페이스와 플레이 방식'이라는 것이죠.
같은 양산형 게임이라면, A 게임을 하다가 B 게임을 접했을 때에 심리적인 거부감이 덜합니다. 편하고 익숙하죠.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몰입하기도 편합니다. 고민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해왔듯이 하면 됩니다. 애초에 조작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요.
때문에 바쁜 직장인들. 특히 A-ze(아재)라 불리는 분들이 많이 즐기신다고 하죠. 저도 포함해서요. 헤헤.
그럼, 저런 게임을 기획하는 일은 어떨까요?
비슷비슷한 게임이니까 기획도 간단하고 쉬울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파트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실... 제가 생각하는 양산형 게임의 정의는 이런 거거든요.
(재미 / 설정 / 플레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게임.
게임에 있어서 재미와 설정, 플레이에 대한 고민은 누가 할까요?
당연히 개발 책임자나 게임사 대표님이 가장 많이 하시겠지만...
관리자를 벗어나 직무로만 따진다면, 단연코 기획 파트가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이걸 다르게 말하자면 기획. 즉, 계획을 하며 '고민'이 없어지는 순간 게임이 양산 게임처럼 변모하게 된다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남들이 다 안 하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라던가.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라던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기준이 '남들과의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이런 건 어디까지나 정신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결코 우리 생각대로 아름답게 돌아가지만 않아요. 대표라는 사람이 당당하게 '우리는 이 게임 똑같이 베낄 거야.'라 천명하며 제작을 이어가는 회사나 개발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베끼는 것도 사실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죠.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야 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베꼈다가는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고 마는 법이에요.
남들처럼 똑같이 만드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게임 기획에는 '콘텐츠'와 '시스템'이라는 2개 파트로 구분됩니다.
콘텐츠 파트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양산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결과물을 구상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게임들이 있으니까 그중에 맘에 드는 걸 골라 대충 베껴서 설정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될 일이에요. 쉽죠!
하지만 시스템 파트는 다릅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이라 해도 그 구현 방식과 데이터 관리 방법, 플로우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문서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시스템과 콘텐츠 기획에 대해 이야길 하면서도 언급했었죠?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어떤 콘텐츠여도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고요.
양산 게임. 양산형 게임.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죠. 사실은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양산형 게임들은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라 생각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돈 수백억을 (실제로) 쏟아부어 만든 양산형 게임은 틀림없는 AAA급 게임일 거라는 확신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화려한 그래픽에 거부감 없는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익숙한 게임성을 기반으로 한 방대한 콘텐츠를 가진 게임을 상상해 봅시다.
그런 게임이 실패하지 않을 이유는 아마 없을 것 같네요. 운영까지 완벽하다면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전, 어떤 게임을 두고 양산형 게임이라 하여 덮어놓고 욕을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개발 의도 자체가 불순한 양산형 게임이라면 당연히 욕을 먹어야겠지만, AAA급을 만들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들 때문에 미처 AAA가 되지 못하여 결국 양산형으로 남아버린 슬픈 운명의 게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결코 제가 양산형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해봤기 때문에 하는 말 만은 아닙니다!)
... 뭔가 결론이 이상하게 맺어지긴 했지만, 이렇게 마무리지어보려 합니다.
결론은 이거네요.
양산 게임이라 해서 너무 욕하지는 말자. 나름대로 고생해서 만든 게임일 거다.
양산 게임도 막상 만들려면 어렵다.
하지만, 암만 그래도 애초부터 사기 칠 목적으로 양산 게임 만드는 건 욕먹어도 싸다.
다음에는 또 어떤 주제로 뻘소리를 늘어놓을지 고민해봐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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