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위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된 것은, 바로 어제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관람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블로그에다 리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기 때문이에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재미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네요.
..맞아요. 이 영화는 그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 본 리뷰는 작성자의 주관으로 작성되어 있어, 의도와는 다르게 스포일러성 문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 130분 | 2023. 08. 09 개봉 | 15세 관람가
“아파트는 주민의 것”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단 한 곳,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는 대지진으로 거의 멸망한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아파트인 '황궁 아파트 103동'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어요.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저는 아포칼립스 /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단면을 조명하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편이죠.
왜 대지진이 벌어졌는지, 왜 저 아파트만 멀쩡한지와 같은 의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황은 벌어졌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계속 생존해 나갈 것인지를 강구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사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단지 그 배경이 좀비 바이러스이고, 대지진, 핵폭발, 운석 충돌이나 외계인 침공과 같이 다소 극단적인 형태일 뿐, 어쨌거나 '살아간다.'라는 점은 똑같으니까요.
영화에서는 대지진 이후 엄청나게 추운 날씨가 이어진다는 설정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지만 멀쩡한 건물이라곤 황궁 아파트뿐인 상황이죠.
그래서 외부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파트로 몰려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아파트의 입주민들과 갈등이 벌어집니다.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자'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죠.
아무래도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니만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일 겁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고, 불평등은 다시 반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염치도 없는' 외부인들과
'이기적인' 입주민들.
그들간의 대립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어요.
입주민들은 결국 내부 회의를 통해 대표 '영탁(이병헌 분)'을 추대하고, 입주민을 제외한 외부인들을 쫓아내게 됩니다.
그런 뒤, 주민 수칙을 만들고 그들만의 세상을 견고하게 다져나가죠.
황궁 아파트의 주민 수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아파트는 주민의 것. 주민만이 살 수 있다.
- 주민은 의무를 다하되, 배급은 기여도에 따라 차등분배한다.
-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주민의 민주적 합의에 의한 것이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
민주적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그 내용은 별로 민주적인 게 아니지 않나 싶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황궁'이라는 아파트 이름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극중에서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의 생존자들을 두고 '바퀴벌레'라 부르죠.
또한, 이 아파트는 선택받았다는 식의 대사도 등장합니다.
홀로 우뚝 선 아파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주민들과, 바닥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존자들의 대비. 그리고 황궁이라는 아파트의 이름은 그런 신분의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아닌가 싶은 것이었죠.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
단순히 '행운'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할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이용하고, 합리화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저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본 것도 같았습니다.
썩 유쾌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고 싶지는 않은 모습들이어서 제 기억엔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은 웹툰으로 '유쾌한 왕따'라는 작품입니다.
유쾌한 왕따는 18세 웹툰으로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은데,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이라고 해요.
지금은 네이버 웹툰에서 재연재 중이기도 합니다.
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한 작품으로, 이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2 격인 작품과 드라마로도 쭉 이어진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기대가 되네요.
'황야', '유쾌한 왕따', '콘크리트 마켓'까지.
하나하나 챙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4.2점으로, '잘 만들어진 수작으로 썩 마음에 든다.'입니다.
영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콘크리트 속 이상향은 없었다.
라고 말해볼게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못한 이야기.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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